동물세계

청계산 매봉 부근에서 만난 직박구리 (20150307)

천둥새 2015. 3. 8. 00:51

지난해 2월에 청계산을 오르면서 매봉 부근에서 오색딱다구리를 만나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. 3월 7일 토요일, 이번 주 초에 내린 눈이 다 녹기 전에 눈 속의 앉은부채를 볼 생각으로 청계산을 또 올랐는데, 지난 해 2월 오색딱다구리를 만난 지점 근처에서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서 배낭 속의 막대초콜릿을 꺼내는 순간에 머리 위로 새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 같더니 바지 무릎 부분 바로 위에 물똥이 흥건하게 떨어졌다. 하필 초콜릿을 먹는 순간 나의 간식을 방해하는 이 고얀 놈이 무엇인가 싶어 위를 쳐다보니 직박구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. 초콜릿을 한 입 베어 손끝으로 쥐고 직박구리에게 쪼아먹으라고 신호를 주니,  몇 번 부리로  쪼아 물었지만 실패하고 마침내 물고 가서 가까운 신갈나무 가지에 앉더니 맛있게 먹었다.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는 라면 한 봉을 꺼내 부스러기를 내 근처에 뿌리니, 요 녀석 가지도 않고 나뭇가지에 앉아  온갖 아양 다 떨고 친구하잔다. 덕분에 요 녀석 사진 실컷 찍고,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. 뿌려 놓은 라면에는 동고비가 날아앉아 한 입 물어가더니, 직박구리 녀석도 안달이 났는지 이리 날아앉고 저리 날아앉고 했다. 방해가 될까 싶어 그 자리를 떠나 산행을 계속하기로 하였다. 직박구리 녀석 내 바지에 실례한 것을 귀여운 모델 노릇으로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.